10/14/2018 | 창립 40주년 기념예배
신앙고백이 있는 교회 (A Church Confessing Jesus As Lord)
김태환 목사
마태복음 16:13-20
13 예수님께서 빌립보 지방에 있는 가이사랴에 가셨습니다.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사람들이 인자를 누구라고 하느냐?” 하고 물으셨습니다. 14 제자들이 대답했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세례자 요한이라고도 하고, 또 어떤 사람들은 엘리야라고 합니다. 또 어떤 사람들은 예레미야나 예언자 가운데 한 사람이라고 합니다.” 15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물으셨습니다. “그러면 너희는 나를 누구라고 하느냐?” 16 시몬 베드로가 대답했습니다. “주님은 그리스도시며, 살아 계신 하나님의 아들이십니다.” 17 예수님께서 베드로에게 말씀하셨습니다. “요나의 아들 시몬 아 네가 복되다. 네 혈육이 이것을 네게 알려 준 것이 아니라,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께서 알려 주신 것이다. 18 내가 네게 말한다. 너는 베드로다. 내가 이 돌 위에 내 교회를 지을 것이니, 지옥의 문이 이것을 이기지 못할 것이다. 19 내가 네게 하늘 나라의 열쇠를 줄 것이다. 무엇이든지 네가 땅에서 잠그면 하늘에서도 잠겨 있을 것이요, 무엇이든지 네가 땅에서 열면 하늘에서도 열려 있을 것이다.” 20 그리고 나서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자신이 그리스도라는 것을 아무에게도 말하지 말라고 엄히 일렀습니다. (쉬운성경)
찬송 301장 ‘지금까지 지내 온 것 주의 크신 은혜라’ 이 찬송을 부르면서 저의 마음에 만감이 교차했습니다. “한이 없는 주의 사랑 어찌 이루 말하랴/물 붓듯이 부으시는 주의 은혜 족하다.” 우리교회 40년의 역사 중에 32년을 제가 섬겼습니다. 제가 목사로서 부족한 것이 얼마나 많은 지 누구보다도 제가 잘 압니다. 그리고, 그동안 저와 함께 교회를 섬겼던 분들이 잘 압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 이 자리에 서게 된 것은 하나님의 은혜라는 말 밖에, 더 이상 다른 말을 할 수가 없습니다. 바울이 이렇게 고백했습니다. “Because of our faith, Christ has brought us into this place of undeserved privilege where we now stand (로마서 5:2).” “다른 것은 하나도 보시지 않고, 오직 믿음 하나만 보신 하나님의 은혜로 우리는 지금 이 감당할 수 없는 자리에 서 있습니다.” 만일 하나님께서 믿음 말고 다른 것들을 보셨더라면 (나는 너무나 부족한 것이 많은 사람이어서) 도저히 이 자리에 설 수 없었다는 고백입니다. 바로 이 바울의 고백이 지금 여러분 앞에 서 있는 저의 고백입니다.
저는 1986년에 이 교회에 교육목사로 부임해서, 1988년에 담임 목사가 되었습니다. 저는 그 때 보스턴 신학교 박사 과정에 있었기 때문에 교회를 담임할 수 있는 형편이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지난 일을 돌이켜 보면 그 때 하나님은 저에게 담임 목사직을 수락하도록 urge하셨던 것 같습니다. 그 때 교회 형편을 모르시는 분들은 “아니, 이렇게 좋은 교회에서 담임 목사로 부르는데 주저할 이유가 어디 있습니까?” 이렇게 말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 때 교회는 결코 좋은 형편이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그 때 하나님께서 저를 urge하시는 것을 느끼고 담임 목사 직을 수락했습니다.
제가 담임 목사로 취임하는 날, (거창한 취임예배를 드린 것은 아니라 그냥 담임 목사가 되어 첫 설교를 한 것입니다.) 그 때 제 설교 제목은 ‘산 위에 있는 교회’였습니다. 본문 말씀은 마태복음 5:14-16 말씀이었습니다. “너희는 세상의 빛이라. 산 위에 있는 동네가 숨겨지지 못할 것이요, 사람이 등불을 켜서 말 아래에 두지 아니하고 등경 위에 두나니 이러므로 집 안 모든 사람에게 비치느니라. 이같이 너희 빛이 사람 앞에 비치게 하여 그들로 너희 착한 행실을 보고 하늘에 계신 너희 아버지께 영광을 돌리게 하라.”
제가 이런 설교를 하게 된 데에는 이유가 있었습니다. 제가 한국에서 신학교에 들어간 것이 1971년이었습니다. 그 때 기독교서회라는 곳에서 출판한 ‘현대신서’라는 시리즈가 있었습니다. 1970년에 ‘현대신서 22 번’이 나왔는데, 책 제목이 ‘산 위의 마을’이었습니다. 오토 브루더 (Otto Bruder)라는 사람이 독일어 로 쓴 책인데, 누가 번역을 한 덕분에 한국의 독자들이 읽을 수 있었습니다. 독일의 한 시골 마을에 한 젊은 목사가 부임해 왔습니다. 그 때 독일은 히틀러의 나치 정권 밑에 있었습니다. 독일 교회들은 할 말도 못하고 전전긍긍하고 있었습니다. 말 한번 잘못했다가는 비밀 경찰들에게 끌려 가는 때였습니다. 그 때, 한 젊은 목사가 부임해 온 것입니다. 교인들은 모두 그 젊은 목사를 주목했습니다. 과연 그가 예배 시간에 무슨 말을 할 것인가 하고 젊은 목사의 입을 주목했습니다. 그런데, 교인들의 기대와는 달리 한 달이 가고 두 달이 가고, 반 년이 지나도 이 젊은 목사는 묵묵히 자기 할 일만 할 뿐, 그의 입에서 교인들이 기대했던 말은 나오지 않았습니다. 교회 안에 변화가 있었다면 이 젊은 목사가 주 중에 성경 공부반을 만들어 열심히 가르친 것이었습니다. 그렇다고 성경공부 시간에 별다른 말이 있었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그렇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고 한 주 한 주 지나가던 어느 주일 아침, 예배가 막 시작되려고 하는 시간에, 검은 색 지프차가 교회에 들어왔고, 비밀경찰들이 다짜고짜로 젊은 목사를 데려가려고 했습니다. 교인들은 영문을 몰라 당황하고 있던 때에, 그 마을 입구에서 구두 수선 가게 (Shoe Repair Shop)을 운영하고 사람이 비밀경찰 앞을 막아서는 것이었습니다. 교인들은 깜짝 놀랐습니다. “아니, 저 사람이? 어쩌려고?” 하면서 수군거렸습니다. 이 사람은 그 동네에서 누구도 주목하지 않는 사람이었습니다. 새 목사님 이 부임하면서 이 사람이 성경공부에 빠지지 않고 나오는 것 외에는 아무 것도 특별한 것이 없는 사람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사람이 지금 “우리 목사님을 데려갈 수 없다”고 비밀 경찰 앞을 막아 선 것입니다. 바로 이 장면이 그 책의 하이라이트 장면입니다.
저는 이 책을 읽으면서 “내가 교회를 담임한다면 이런 목회를 하고 싶다”고 생각했습니다. 한국에서는 부목사로 있었으니까 기회가 없었습니다. 그러다가 미국에 유학 와서 교회를 담임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긴 것입니다. 제가 그 책을 읽으면서 받았던 감동은 “복음이 사람을 변화시키고, 복음이 사람을 행동하도록 만든다”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이런 믿음을 가지고 30년 전에 이 교회에서 목회를 시작했고, 그 때 이후 저는 이 믿음을 버린 적이 없습니다. 지금 이 시간에도 저는 이 믿음을 가지고 설교하고 있습니다.
어떤 분들은 이렇게 물을 것입니다. “그렇게 설교했는데 그 결과는 어떻게 되었습니까? 정말 복음이 사람을 변화시켰습니까? 복음이 사람을 움직이는 것을 경험했습니까?” 제 대답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그런 생각을 가지고 지난 30년을 설교했지만, 사람들은 쉽게 변하지 않았습니다. 인간의 죄된 본성은 쉽게 변하지 않았습니다. 사악한 인간의 본성은 변하지 않고 그대로 남아 있었고, 이기적인 인간의 본성은 결코 변하지 않는 것을 목격했습니다. 하지만, 저는 이 믿음을 결코 버리지 않을 것입니다. 제 생각대로 교회가 변화되지 않는다고 해도 저는 실망하지 않고, 계속 이 믿음을 가지고 설교할 것입니다.
요즘에는 우리교회의 미래에 대하여 생각하는 시간이 많아졌습니다. 이 문제는 단순히 우리교회의 미래일 뿐만 아니라, 전체 주님의 교회의 미래이기도 합니다. 우리 앞에 많은 과제가 쌓여 있습니다. 인구는 감소하고 있고, 젊은 세대들은 교회를 외면하고 있고, 교회는 현대인들에게 매력을 잃어가고 있습니다. 과학의 발전은 눈이 부실 정도입니다. 과거에 수 백 년에 걸쳐 일어날 변화들이 하루 아침에 일어나고 있습니다. AI (Artificial Intelligence)가 지금의 속도로 발전한다면, 멀지 않아 인간관계에 큰 위기가 닥칠 것입니다. 그야말로 교회의 위기, 목회의 위기가 아닐 수 없습니다. 위기가 바로 눈 앞에 다가와 있습니다. 이런 때에 우리는 어떻게 미래를 준비해야 하겠습니까?
제가 교회의 미래를 놓고 기도할 때마다 주님이 저에게 주신 말씀은 ‘신앙고백이 있는 교회’라는 말씀이었습니다. ‘신앙고백이 있는 교회’가 되기 위해서 우리교회는 더욱 복음에 충실한 교회가 되어야 합니다. 여기서 한 발짝만 삐끗하면 5년 후, 10년 후, 우리 교회의 미래는 장담할 수 없습니다. 창립 40 주년이라는 과거의 영광에 취해 있어서는 안 됩니다. 앞으로가 더 중요합니다. 하나님은 이 위기의 때에 우리에게 교회를 맡기셨습니다. 여기에 하나님의 뜻이 있다고 보지 않습니까? 한번 가슴에 손을 대고 심장의 고동소리를 느껴 보십시오. 그리고, 이렇게 여러분의 결심을 주님께 말씀드리십시오. “주님, 나의 생명을 주님께 드립니다. 나의 생명도 나의 젊음도, 나의 열정도, 나의 모든 것을 주님께 드립니다. 주님의 교회를 위해 나를 도구로 사용하십시오. 나로하여금 교회에 대한 시대적인 책임과 사명을 회피하지 않게 도와 주십시오.”